영화를 다 본 뒤, 이 영화의 장르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.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나의 장르로는 규정할 수가 없었다.
영화에 대한 나의 지식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,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.
그래서 두 눈을 부릅뜨고서 다음과 네이버에 적힌 장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. 혹시나 노안 때문에 잘 못 읽을 수도 있고 또한 이 글을 쓰는 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이라 졸린 눈 때문에 잘 못 읽을 것을 염려하여 실수하지 않으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서 읽었다.
먼저 Daum에는 이 영화의 장르가 <로맨스/멜로/SF/코미디>로 적혀 있고, 네이버에는 <드라마, 멜로/로맨스, SF>로 적혀 있다.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건 영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었다. 게다가 우리나라 대표 포털 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의 생각도 약간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다.
이 영화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한마디로 장르의 구속을 거부한 스토리에 평범함을 거부한 창조적인 촬영 방식, 그리고 매 테이크마다 자유롭게 각자의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들까지 더해져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. 그래서 영화의 장르도 한마디로 규정하지 못할 만큼 <이터널 선샤인>의 사랑이 새로우면서도 독특해 보인다.
조엘(짐 캐리 分)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(케이트 윈슬렛 分)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우기로 결심하고 그 작업을 의뢰한다. 하지만 막상 기억이 사라져 갈수록 조엘은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과 행복한 기억들, 그리고 가슴속에 각인된 추억들을 지우기 싫어지기만 하는데 마치 수술대에서 마취된 것 같이 움직일 수도 없고 꿈속을 헤매듯이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.
영화 <이터널 선샤인>은 ‘뇌사 상태에 빠진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물에 대한 카우프만의 멋진 힐책’이라는 뉴욕포스트의 평처럼 그 이전의 흔한 여느 러브스토리와는 다른 새로움이 가득한 영화이다.
비단 영화 스토리뿐만 아니라 촬영 방식도 특이하여 영화 제작할 당시의 기술 수준에 훨씬 못 미친 듯한 인상을 준다. 이는 ‘특수효과는 적게, 하지만 스펙타큘러 하게’를 모토로 한 감독의 계획된 의도에 따라 카메라 트릭 역시 최대한 자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. 다시 말해서 CG나 카메라 트릭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초창기 영화 촬영법을 응용하여 촬영한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.
또한, 라쿠나의 기억 제거장치는 말기 뇌종양 환자들의 뇌스캔에 사용되는 장치를 응용해 낯선 첨단과학장비처럼 보이지 않도록 했는데, 이 영화를 2004년에 제작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약간은 조악해 보이는 장치였다. 이 또한 이 작품의 감독 미셸 공드리의 철저히 계획된 것으로써 관객들이 장비 같은 곳에 현혹되기보다 스토리와 캐릭터에 집중하기를 원했고, 이 때문에 라쿠나社의 모습은 영화 제작 당시 주변의 흔한 사무실 모습 그대로였다.
마지막으로, 이 영화에는 기억과 관련된 인상적인 대사들이 많이 있는데 몇 가지만 추려보면 아래와 같다.
I can't remember anything without you.
네가 없인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.
Please let me keep this memory. Just this one.
제발 이 기억만은 남겨주세요.
You can erase soemone from your mind, getting them out of your heart is another story.
누군가를 당신의 마음으로부터 지울 순 있지만 사랑은 지워지지 않아요.
오늘도 '평점 높고 재밌는 영화' 한편을 소개해 드렸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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